April 19, 2024
KCNA Rodong Sinmun (Kr)

본분

Date: 18/12/2018 | Source: Rodong Sinmun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실화

본분

한시간째 박복실은 교탁에 놓여있는 학급출석부에만 줄곧 눈길을 박고있었다.

몇달째 출석이 공백으로 남아있는 한 학생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던것이다.

이름은 윤호범, 그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있다.한다리를 잃은 그의 앞날을 부모도 포기하다싶이 한것이다.

아직 10살밖에 안되는 호범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지만 담임교원인 자신은 아직도 속수무책이다.

박복실은 지금처럼 교육자의 본분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량심과 성실성은 교육자의 생명입니다.》

평시에 축구를 좋아하고 커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외우던 호범이였다.어머니가 사준 축구화는 며칠 신어보지도 못한채 호범이네 집 신장우에 새것처럼 놓여있던것이 복실의 눈에 얼른거렸다.

새 학년도개교를 앞두고 등교할 준비를 서두르는 학급동무들을 보며 몹시도 부러워했다는 호범이의 모습이 안겨와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였다.

(호범이, 그는 학교에 나오고싶어한다.하다면 나는…)

그는 지금 자기자신과 다투고있었다.몇번이고 비장한 결심을 내려보았으나 그것은 마음속에 깃들새가 없이 그 무엇인가에 부딪쳐 산산쪼각나는듯 한 느낌을 어쩔수 없었다.

(과연 나에게 그를 업고다니면서라도 공부시킬 각오가 되여있는가.시작만 해놓고 끝을 보지 못한다면…)

아직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닿아야 할 두살잡이 딸애와 대학교원으로서 늘 바빠하는 남편의 모습도 떠올랐다.녀성으로서, 한 가정의 주부로서의 의무감도 그의 발목을 붙잡고있었던것이다.

문득 대학을 졸업하고 교원생활의 첫걸음을 디디던 날 한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아버지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소학교교원이 되려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부터 키워야 한다.》

부모가 모두 교육자였던 가정에서 자란 복실은 이런 말을 자주 듣군 하였다.정말 자기가 결심하기 힘든것이 바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때문은 아닌지.

박복실의 입에서는 부지중 호- 하고 한숨이 새여나왔다.

무심히 교실창문으로 눈길을 돌리던 그는 굳어져버렸다.그 눈길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날아가박힌 곳이 학교정문이였다.

누군가 지팽이를 짚고 학생들의 과외활동으로 흥성이는 운동장을 둘러보며 서성거리고있었던것이다.

(호범이, 호범이다!)

복실은 어느새 나는듯이 교실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달음박질쳤는지 알수 없었다.

《호범이로구나.힘든데 어떻게 여길 왔니?…》

인사를 꾸벅하고 선생님을 올려다보는 호범이의 눈빛에는 간절한것이 비껴있었다.

순간 박복실의 가슴에는 뜨거운것이 북받쳐올랐다.

밖에서 뛰여노는 아이들과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 학생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어린 나이에 괴로왔을 그의 심중이 안겨오자 그에게 죄를 진것만 같았다.

(호범이가 찾아오기 전에 나는 왜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어 학교로 이끌지 못했던가.)

자책감이 복실의 뇌리를 쳤다.그 결심이 단순히 동정이나 인정으로 내려지는것이 아님을 그는 깨달았다.

이 땅에 비치는 따사로운 해빛이 호범이에게도 그늘없이 매 순간 가닿아야 하며 우리 후대들이 은혜로운 그 품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것이 바로 교육자의 몫이 아닌가.

복실의 얼굴에는 단호한 결심이 어렸다.

《난 호범이의 마음을 다 알아.이제부터 학교에서 공부하자.》

그날 저녁 복실은 호범이의 부모와 마주앉았다.

《래일부터 호범이를 학교에 보내자요.제가 업고다니면서라도 공부를 시키겠습니다.…》

《그렇게야 어떻게…》

어머니인 최영심이 미안해하며 선뜻 결심을 내리지 못하였다.

《저는 학생을 책임진 교원입니다.호범이도 마땅히 12년제의무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이구요.》

부모는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호범이가 수업을 받을수 있게 준비해준 다음 저녁늦게야 집으로 향하는 복실의 마음은 한결 개운해졌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의 등에 업혀 학교정문으로 들어서는 호범이는 얼굴을 푹 박고 들념을 못했다.

《호범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얼굴을 들어요.학급동무들이 기다려요.…》

그 말에 호범이는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의 눈에는 《해주시 광석소학교》라는 학교현판이 우렷이 안겨들었다.

늘 보아오던 이 배움의 요람이 그날따라 호범이의 작은 가슴을 그 얼마나 세차게 높뛰게 하였던가.

* *

학교에서 호범이의 하루일과는 선생님과 동무들의 관심속에 흘러갔다.

학급동무들은 색다른것이 하나 생겨도 호범이의 앞에 놓아주고 늘 호범이를 기쁘게 해주려고 애썼다.불행을 당한 동무를 위해주려는 나어린 그 마음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복실의 가슴도 뭉클해질 때가 많았다.

호범이의 학과실력을 높여주는것은 몇갑절이나 품이 많이 드는 일이였다.밤이 깊어 집에 들어설 때가 그 얼마였던지.

그속에서 호범이의 건강을 돌보고 정서를 키워주는 문제도 결코 소홀히 할수 없었다.그림그리기를 즐기는 호범이에게서 재능의 싹을 발견했을 때 그는 너무 기뻐 연필이며 그림종이도 마련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많이 그려보아라.재능은 꾸준한 사람에게 찾아온단다.》

기울인 정성이 있어 어느덧 호범이는 학습에 열중하는 모범소년단원이 되였다.선생님의 등에 업혀가는 등교길에서도 외국어단어를 열심히 외웠고 부지런히 그림도 그렸다.보이는것마다 화판에 옮기는 그의 마음은 드넓은 대지를 굽어보며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있었다.

학급학생모두가 나무를 심던 날이였다.

다른 동무들과 함께 열심히 구뎅이를 파던 호범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나무심기를 끝내고 교실로 들어선 복실과 학생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있는 호범이를 보게 되였다.

그림제목은 《나무를 심는 우리 학급동무들》이라고 척 달아놓았다.여기저기서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학생들이 생동하게 그려져있었다.

《호범이가 우릴 위해 그림을 그렸구나.》

《멋있는데…》

동무들의 감탄에 호범이는 쑥스러워했다.그러나 동무들을 기쁘게 해주었다는 자랑으로 가슴은 부풀어올랐다.

자기를 위해주는 선생님과 동무들이 있는 학교, 이 집단속에서 호범이의 꿈과 희망이 나래를 활짝 펴고있었다.

그러던 호범이가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초급중학교에는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새 학교에 가게 되면 처음 만나게 되는 선생님들이며 다른 소학교에서 오게 되는 학생들이 자기를 어떻게 대해주겠는지 두려웠던것이다.

복실은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지만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호범이를 지금껏 이 소학교담임선생의 얼굴이나 보고 학교에 다니도록 교양하였단 말인가.)

그날 저녁 담임교원이 찾아온 사연을 듣고난 최영심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내둘렀다.

《어린게 얼마나 고집이 센지 벽창호 한가지랍니다.》

복실은 호범이와 마주앉았다.

선생님의 물음에 호범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과 중학교에도 같이 가서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호범이, 중학교선생님들도 좋은 선생님들이란다.어느 학교에 가든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으면 돼.그러면 동무들과 선생님들이 너를 사랑해준단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에게 꼭같이 전반적12년제의무교육의 꽃대문을 활짝 열어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사랑과 은정에 대하여, 앞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하여 그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고 절절히 말하는 복실의 눈가에도 뜨거운것이 고였다.

복실의 진정에 호범이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초급중학교에 가서도 공부를 잘하겠다고 자기 결심을 터놓았던것이다.

복실은 준비해가지고온 갖가지 학용품들과 새 신발을 호범이앞에 내놓았다.

《자, 이건 선생님과 학급동무들이 마련한거란다.난 호범이가 지금은 선생님의 등에 업혀 학교에 다니지만 앞으로는 꼭 조국을 떠메고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호범이어머니도 송구스러워 어쩔줄 몰라하였다.

《우리 호범이를 비오나 눈오나 업고다닌 선생님에게 인사도 변변히 못했는데…》

《그건 교육자로서 제 본분을 다했을뿐입니다.》

최영심의 가슴에 뜨거운 격정이 솟구쳤다.

교육자의 본분, 그것은 바로 조국에 짐이 되는 학생이 아니라 앞날의 우리 조국을 떠메고나가는 사람을 키우는것임을 박복실은 자기의 헌신으로 보여주었던것이다.그 본분앞에 그토록 성실한 30살의 녀교원에게 최영심은 머리가 숙어졌다.그리고 학교가 학생을 찾아가고 어느 한 가정에 자그마한 그늘이라도 질세라 따뜻한 정과 사랑을 안겨주는 사회주의제도의 고마움을 참된 교육자의 모습에서 페부로 느끼고있었다.

이렇게 1년 가까운 나날이 흘러 박복실이 담임한 학급학생들은 올해 3월 소학교를 졸업하게 되였다.전반적12년제의무교육단계의 소학교 5학년 과정을 처음으로 마친 온 나라 학교들의 졸업생들속에는 바로 호범이도 있었다.

졸업식장에서 호범이는 학급동무들과 함께 성적증을 받아안았다.우수한 성적이 새겨진 성적증, 그것은 호범이가 모든 학생들과 함께 전반적12년제의무교육의 소학교과정안을 당당하게 마쳤다는 증서였다.

해주시 산성초급중학교에 다니는 호범이는 선생님들의 관심속에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과외시간에는 미술소조에서 자기의 재능을 꽃피워가고있다.이따금 그의 집에 들릴 때마다 복실은 늘어나는 소묘작품들을 보며 호범이가 나날이 성장하고있음을 느끼군 하였다.서예솜씨도 무척 늘었다.

《장군님식솔》이라고 붓으로 정히 쓴 족자도 벽에 걸려있었다.

그것은 호범이가 불행을 당한 자기와 같은 아이들도 한품에 안아 따뜻한 사랑을 기울여주며 꿈을 꽃피워주는 고마운 품에 드리는 송가와도 같았다.그 꿈을 꽃피워주는 길에 교육자인 자기도 있음을 복실은 긍지로 여겼다.

* *

지난 10월 해주시안의 교육자들이 모인 가운데 박복실은 연단에 나섰다.

한 학생을 위해 바쳐온 나날에 있은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엮어진 그의 토론을 들으며 모두가 눈시울을 적시였다.

토론이 끝나자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졌다.

주석단에 앉아있던 시당위원회의 책임일군도 눈굽을 찍으며 말했다.

《우리 이 동무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줍시다.》

장내에 또다시 울리는 박수소리, 그것은 우리의 사회주의교육제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지니고 후대교육사업에 량심과 헌신을 묻어온 한 교육자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 열렬한 호응이였다.그와 함께 모두의 가슴속에는 당의 뜻을 받드는 길에서 참된 교육자, 직업적혁명가로서의 본분을 다해갈 뜨거운 맹세가 끓어넘쳤다.

본사기자 공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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