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가을날 해질무렵 인민군대의 한 책임일군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으로부터 가르치심을 받기 위하여 그이를 찾아갔다.

이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 정원을 거닐고계시였다.

이전 같으면 왔는가고 반겨맞아주실 그이께서 무겁고 침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시고는 그냥 자리에 서계시는것이였다.

위대한 장군님께 그 일군은 무엇때문에 그리도 마음을 쓰시는가고 말씀올리였다.

이때 깃을 찾아가는듯 무리지어 높이 떠서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시던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시였다.

《새들도 저녁이면 제 깃을 찾아가는데 그들은 사랑하는 부모처자가 있는 정다운 집을 지척에 두고도 산중에 누워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 터질것만 같습니다.》

일군은 그제서야 며칠전 사고로 희생된 한 비행사와 그 일행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바로 그 평범한 비행사를 두고 이토록 가슴아파하시며 늦가을 찬바람에 락엽지는 소리를 들으시며 깊이 생각하고 계시는것이였다.

일군은 그이의 마음을 위안할 변변한 말을 찾지 못한채 곁을 떠난 동무를 자꾸 생각해서 뭘하겠습니까, 건강에 해로우시니 이젠 부디 잊어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그가 올리는 말을 묵묵히 듣고계시던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걸음을 떼시여 몇걸음 옮기시다가 문득 멈추어서시여 묘라도 다시 찾아가 보아야 내 마음이 좀 가라앉을것 같습니다, 나와 함께 묘에 갔다옵시다라고 말씀하시고는 그에게 어서 야전승용차에 오르라고 하시는것이였다．

얼마후 묘지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며 묘지를 한바퀴 돌아보시였다. 묘지앞에 이르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잊었던 이름을 다시 외우시는듯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되뇌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나와 함께 오래오래 일하겠다던 맹세는 어디에 두고 이렇게 누워있단 말입니까. 사나이는 일구이언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동무는 나와의 언약을 그렇게도 쉽게 버렸단말입니까．》

통분하고도 비분에 넘치신 말씀이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수건을 꺼내시여 눈굽을 찍으시더니 다음 말을 잇지 못하신채 묘비에 새겨진 고인의 이름을 어루만지시는것이였다．

어느덧 서산마루에 올라앉았던 해도 미끄러져 내려가고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일군이 그이께 다가가 이제는 묘지도 다 돌아보셨으니 어서 가시자고 말씀드리였다．

그러나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묘지를 한바퀴 빙 도시더니 봉분우에 편 흙이 고르롭지 못한것을 알아보시고 두손에 흙을 가득 담아가지고와 메우시고는 잠이 드는 아기의 가슴을 다독여주는 어머니처럼 묘잔등을 어루만져주시였다．

일군이 거듭 돌아가실것을 말씀올려서야 그이께서는 언덕을 내리기 시작하시였다．

하지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몇걸음 내디디시다가는 다시 돌아보시고 돌아보시다가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기군 하시였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랑하는 전사를 찬바람 불어오는 이름없는 언덕에 두고 가시는것이 너무도 애석하시고 절통하시여 그렇게도 걸음걸음 무겁게 옮기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앞에서 그 책임일군은 무어라 위안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랐다.